한국에서 대한체육회장배 대회가 한창일 때, 유럽의 당구 메카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 클럽팀 챔피언쉽인 '더치 컵'이 열렸다. 매년 정규리그 시즌이 끝난 5월에 벌어지는 이 대회는, 네덜란드의 최상위 리그인 에레 리그 팀들의 챔피언을 가리는 최종 관문인 플레이-오프 직전에 펼쳐지는 일종의 이벤트 대회이다. 작년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4개 팀과, 올해 정규리그 상위 4개 팀, 총 8개 팀이 두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예선 리그를 벌이고, 각 그룹의 상위 두개 팀이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경기는 전통에 따라 15점 세트 경기로 진행되었다(예선 리그는 3세트, 준결승부터는 5세트 경기).
대회는 유명한 화가 고흐의 고향이기도 한 네덜란드 준데르트(Zundert)에 위치한 Biljartcentrum Den Hoek in Zundert에서 벌어졌다. 예선 그룹 및 각 팀의 스타팅 멤버는 아래와 같다.
* 그룹 A :
Dallinga/Frans Bevers - Frédéric Caudron, Eddy Leppens, Jean Paul de Bruijn, Glenn Hoffman
Holland Mineraal - Murat Naci Coklu, Steffan Galla, Anno Small, Jelle Pijl, Stefan Spilleman
Landswelvaren/Iets Anders - Francis Forton, Henk Habraken, Ronnie Daniels, Kees Wittens
Hultermans Installatiebedrijf - Jack Wijnen, Willie Damen, Dingeman Picocrie, Bart Hultermans
* 그룹 B :
TOVV.nl/MCR - Eddy Merckx, Frans van Kuyk, Dave Christiani, Richard Bitalis, Emilio Sciacca
A1 Biljarts - Dion Nelin, Raimond Burgman, Henk Blauwblomme, Martien van der Spoel, Addie Wienk
Post Luchtkanalen - Ronny Lindemann, Huub Wilkowski, Marc Warrants, Wilco van Wijk, Marcel van Berkel
Eekhoorn 1 - Eddy Willems, Adrie Demming, John Roovers, Wiljan van den Heuvel, Rini Boeren
이번 더치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팀은 역시나 각 그룹의 1번 시드를 받은 Dallinga/Frans Bevers팀과 TOVV.nl/MCR팀 이었다. 두 팀은 각각 세계 랭킹 1위 프레드릭 코드롱과 월드 챔피언 에디 멕스를 앞세워 팀을 이끌었고, 예상대로 그룹 리그를 가볍게 통과하며 준결승전에 선착했다. 특히 에디 레펜스, 장-폴 드브루인, 글렌 호프만의 달링가 팀은 네 선수가 모두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라 상당한 전력으로 다른 팀들을 앞도했다. 작년도 더치 컵 우승팀인 TOVV.nl/MCR 팀도 다른 팀들을 따돌리고 그룹 1위로 준결승전에 올랐다. 준결승에 진출한 나머지 두 팀은 A1 Biljarts팀과 Holland Mineral팀이다.
준결승전이 시작된 11일 토요일, 달링가(Dallinga/Frans Bevers) 팀은 여전히 강한 모습으로 팀의 3,4번 경기를 세트스코어 3대 0, 3대 1의 완승으로 마무리하며 결승행 티켓을 미리 예약했다. 예선 리그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토프(TOVV.nl/MCR)팀도 첫 라운드(팀의 3,4번 선수의 경기)를 모두 승리했지만, 두 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3대 2의 신승이었다. 특히 토프 팀의 3번 데이브 크리스티아니는 A1팀의 마르티엔 반 데어 슈포엘과의 경기에서 첫 두 세트를 내리 내주고, 남은 세트를 모두 역전승으로 끝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날 열린 준결승전 두번째 라운드(팀의 1,2번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달링가 팀의 프레드릭 코드롱이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다. 코드롱은 레이몽드 버그만과의 경기에서 첫 세트를 9점, 6점으로 단 2이닝만에 끝낸데 이어, 두번째 세트도 무려 14점, 1점으로 2이닝만에 끝냈다(총 4이닝 30점). 세번째 세트를 버그만에게 내준 코드롱은 네번째 세트를 15대 8로 이기며 달링가 팀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준결승전 코드롱 선수의 에버리지는 무려 3.235였고, 경기에 패한 버그만의 에버리지도 2.250을 기록했다) 옆 테이블의 에디 레펜스도 A1팀의 헹크 블라우블로메를 세트스코어 3-1로 이기고 팀의 8-0 완승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토프 팀의 에디 멕스도 홀란드 미네랄 팀의 1번인 무랏 나시 쵸클루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했고(에버리지 1.406), 옆 테이블의 프란스 반 쿠익은 홀란드 미네랄의 안노 드 클라이네에게 세트스코어 2-0으로 뒤지다가 남은 세트를 모두 따내며 극적인 승리를 차지했다. 결국 그룹 리그의 가장 강팀이었던 달링가 팀과 토프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결승전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었지만, 달링가 팀의 상승세를 A1팀이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레드릭 코드롱은 첫 세트를 15대 9로 에디 멕스에게 내주었지만, 두번째 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데 이어, 세번째 세트를 13점 하이런과 함께 15대 0으로 따냈다. 코드롱은 여세를 몰아 네번째 세트마져 15대 7(9이닝)으로 끝내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2번 테이블은 에디 레펜스가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가운데 네번째 세트가 진행중이었고, 3번 테이블에서는 장-폴 드브루인과 데이브 크리스티아니가 세트스코어 2-2로 휴식시간을 갖고 있었다. 이때 4번 테이블에서 달링가 팀의 글렌 호프만이 토프 팀의 리챠드 비탈리스를 세트스코어 3-1로 이기며 남은 두 테이블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달링가 팀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달링가 팀의 프레드릭 코드롱과 토프 팀의 에디 멕스는 대회 에버리지 2.250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에디 레펜스가 1.833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달링가 팀은 팀 에버리지 1.468을 기록했고, 2위를 차지한 토프 팀의 팀 에버리지는 1.285였다. 코드롱과 멕스는 하이런에서도 14점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